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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신문이 만난 사람들 ]
도시에서 행복하게 사는 부부, 강우근, 나은희 
그림 그리는 남편과 글쓰는 아내의 마을 이야기


  캠핑장에서  만난  아홉 살배기 쌍둥이는 온신경을 집중해서 닌텐도에 몰두 했다. 나무, 야생초, 풀잎, 곤충들이 놀아달라고 손을 내밀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부모들은 뛰어놀라며 달래보고 윽박질러 보지만 소용없었다. 자연이 가까이 있어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닌텐도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노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  

  자연에서도 맘껏 놀지 못하는 우리 세대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 즈음, 내 주위를 돌아본다. 주 5일, 평일 내내 일에 파묻혀 지내다가 주말이면 일상과 단절하고 자연을 찾아 소비하는 모습이다. 그리곤 다시 일에 치여 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이런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우리에게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다고 안내해 주는 이들이 있다. 강우근  씨와 나은희 씨가 그 주인공.  강 씨는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나 씨는 어린이 책을 쓰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 붉나무라는 가족 공동 필명으로 더 유명한 이들 부부는 나무와 단, 두 자녀와 함께 집 주변에 있는 텃밭, 공터, 약수터에서 자연과 벗하며 논 이야기를 엮어 <열두 달 자연놀이>, <사계절 생태놀이> 책도 냈다.  마을에서 놀자고 말하는 이들 부부를 마을신문이 만났다.

  강우근 씨는 긴 머리에 헐렁한 차림이 잘 어울리는 외모로만 본다면 영락없는 촌놈이지만, 쌍문동에서 태어나 삼양동, 우이동을 거쳐 방학동에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다. 반면 책기획자의 꼼꼼함을 갖춘 도시 이미지의 나은희 씨는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골내기다.  책을 만드는 일로 만나 결혼 한 두 부부는 우이동에서  살다가  방학동으로 이사 온 지 4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다양성이 사라질수록 재미도 사라져 

 
  강 씨는 “우리는 마을에 발을 내리지 못하고 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인터뷰를 사양할 때와 다르게 동네 이야기에 신이 난 듯 했다.   강 씨는 어릴적 놀던 무덤가, 아버지가 일했던 샘표공장, 도봉중학교 옆 벌판과 기찻길로 도봉구를 기억했다. 오랜만에 갔던 학교는 건물들로 둘러싸여서 찾기가 어려웠다며  변화를  이야기했다. 세월이 흘렀으니 변화는 당연한  것 아닐까?  나 씨는 그런 변화가 획일적으로만 일어나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는 소중한 것인데, 그것이 파괴되면서 다양성을  잃어가면서  밋밋해지고 재미없어 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파트 공동체로 도시에서 길 찾기
 
  하지만, 이 두 부부는 안타까움을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희망을 품고 있다. 게다가 대안이 멀리 있지 않다고 귀띔해준다. 많은 이들이 살고 있고 자신들도 살고 있는 아파트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비슷한 소득 수준의 사람이 모여 살고 있는 아파트가 도시 공동체를 꾸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며 “잘 되면 아파트가 도시에서 길을 찾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는 꿈을 꾸지만 실천으로 옮길 수 없어 그냥 꿈으로만 남겨 둔다면 이들은 도시에서 꿈을 이루는 방법을 찾자고 한다. 이 두 부부와 함께라면 도시에서 길 찾기를 함께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를 위해 둘러앉은 이들이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보니 자녀 교육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강 씨는 교육에 대해 “아이들 책을 만들다 보니 변화를 많이 느낀다.”며 피부로 느낀 변화를 말했다. 예전에는 (생태 교육 관련한) “어린이 책을 만들기만 하면 잘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렵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덧붙인다.

부모의 욕망이 아이들을 경쟁으로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강 씨는 “부모의 헛된 욕망이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넣 고 있다”고  했다.  “아빠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고, 엄마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부모들도 피해자이기도 하니 불쌍하다”면서도 “지금 삶에서 밥벌이가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 밥벌이를 걱정해서 경쟁을 시키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지금 그런다고 해결되지 않느냐”며 되물었다. 단지 아이들의 미래를 끌어와서 소비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그럼 입시학원으로  뺑뺑이 돌리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두 부부는 이웃에게서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듯 했다. “살짝 긴장을 놓치면 끊임없이 불안하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우린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라고 하면서 살아야 버틸 수 있을” 거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과 서로 나누는 품앗이를 하면서 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다만 그렇게 살아가면서 행복하면 되는 것.

“우린 괜찮아 잘하고 있어” 이웃과 격려하며

  인도의 스승 간디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했고, 한국의  시민운동가  박원순 변호사는 ‘마을이 우주’라고 했다. 그런데 강 씨는 “조그만 흙덩이에 우주가 담겨있다”고 한다. 작은 흙 속에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리라. 보통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아파트 화단의 개망초 꽃에 모여드는 곤충을 몇 시간 씩 관찰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작은 꽃,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되면 도감을 찾게 되고 공부하게 되고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듯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과, 이웃에 대해  작은 관심을 갖는 것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의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장맛비에도 땅에 뿌리박고 있는 들풀은 서로 엮여 꿋꿋이 살아간다. 우리네 삶도 그렇게 이웃과 더불어 마을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두 부부가 동네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글:이창림  사진: 김대근   진행:홍은정, 박정민
Posted by 마을신문 도봉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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